눈을 뜨면 하얗게 물든 시야 앞으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당신은 안개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안개 속에서는 앞도, 뒤도, 돌아갈 길조차도 없습니다. 어쩌면 당신조차 없을 지도 몰라요. 어쩐지 머리가 아파옵니다. 이곳은 도대체 어디일까요. 나는 왜 여기에 있죠? 그런 생각이 들 때 즈음……
유중혁:
관찰력
기준치: |
75/37/15 |
굴림: |
6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안개 너머로, 누군가의 인영이 보입니다. 짙은 안개에 묻혀 형태는 제대로 보이지 않지만 그 모습은 어쩐지 낯설지 않습니다.
당신이 인영에 가까이 다가가려고 해도, 어째서인지 인영은 가까워지지 않고 같은 거리를 유지합니다. 앞을 향해 걸어도 이동한다는 감각이 제대로 들지 않으며, 문득 짙은 안개에 갇혀버린 것만 같습니다.
유중혁:
SAN Roll
기준치: |
45/22/9 |
굴림: |
53 |
판정결과: |
실패 |
이대로 안개 속에 갇혀버리는 걸까요? 시간이 지날 수록 안개가 당신의 몸을 휘감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시야가 점점 더 하얗게 변하고,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던 찰나에……
어느 순간 가까이 다가온 인영이 당신의 손목을 붙잡습니다. 놀랐나요, 당신? 하지만 놀랄 틈은 없습니다. 고개를 들어 그 인영을 똑바로 바라보니, 어느 순간부터 안개가 물러나 있었기 때문입니다. 안개가 걷히자 보이는 얼굴은 당신도 잘 알고 있는 사람의 얼굴입니다.
김독자:여기서 뭐해? 빨리 와, 축제 끝나겠다.
유중혁:...(의심스러운 듯 바라보기만 한다)
축제라고? 김독자는 여상하게 웃으며 당신의 손을 잡아 끕니다. 그와의 거리가 순식간에 가까워집니다. 그 거리를 의식하기도 전에, 안개가 완전히 걷히자 보이는 것은…… 끝없는 요괴들의 행진이었습니다.
요괴들은 똑같은 곡조를 입에 담으며 흥겨운 행진을 이어갑니다. 그 길이가 얼마나 긴지, 어디에서 시작하며 어디로 향하는 행진인지조차 모르겠어요. 그제야 여름의 열기가 훅 올라오고, 요괴들이 손에 든 등불에는 저마다 하나하나 불이 붙습니다. 안개 속에서 펼쳐지던 지독한 적막은 마치 거짓말인 것만 같습니다.
계속해서 혼란한 상황만이 이어지는 것 같아요.
유중혁:(이상한 기분이 든다, 분명 내가 아는 김독자 일 터인데 왜이리 오싹한 기분 인 지는 알 길이 없으나 그저 이끄는 데로 가기만 바빴다. 또 무슨 속셈이냐 김독자.)
SAN Roll
기준치: |
44/22/8 |
굴림: |
21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김독자:뭐야, 왜 말이 없어. 축제 같은 거 처음 와봐? 그래서 긴장한 건가. (잠깐 골똘히 생각하다 고개를 주억거립니다.) 괜찮아. 별 거 아니야. 뭐 궁금한 거라도 있어?
유중혁:...네놈이 또 내 앞에서 쓸데없는 짓을 하려는 건지 몰라서.(눈살을 찌푸리며 바라본다) ...그래서 뭐냐? 저 요괴들은? 적인가?
김독자:야, 너는 무슨 맨날 내가 그런 짓만 하는 줄 아냐.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저 가늘게 뜬 눈 좀 봐.) 아니야. 너도 맨날 그런 생각만 하지 좀 마라. 설마 그렇겠어? 축제니까 분장이라도 한 거겠지. 너무 놀라지 마. 우리도 가면 쓸까? 그런 축제잖아.
유중혁:....정말인가?(쉽게 믿을 수가 없었다. 그동안 자신이 아는 그녀석 이라면 분명...꿍꿍이가 있겠거니 싶지만 일단은 아무말 없이 그의 제안에 따르며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발걸음을 옮긴다)
김독자:정말이야. 약속할까? 새끼 손가락이라도 걸면 좀 괜찮겠어? (농담하듯 네게 손가락을 들어 보여줬다. 아직도 의심하는 것 같긴 했지만, 고분고분히 따르는 게 좀 귀엽기도 하고.) 산에서 열리는 축제인데…… 왜 기억이 안 나는 것처럼 굴어? 하여튼. 잠시 화장실을 다녀온 사이에 네가 사라져서 깜짝 놀랐잖아. 대체 어디서 뭘 하고 있었던 거야?
유중혁:(이 놈은 누굴 어린애로 아는 걸까 손가락을 들어 보여주자 바로 인상이 험악해 지는 동시에 당신의 설명을 들으며 기억을 갸웃 거렸다. 그랬던가...) ...모르겠군, 눈을 떠 보니 여기 였을 뿐이다.
김독자:그게 무슨 소리야. (말도 안 된다는 의미로 웃음을 터트렸다.) 안개가 많이 껴서 길을 잃을 수도 있지. 그거 부끄러운 거 아니다? 잘못하면 길 잃을 지도 모르겠다. 당분간 손은 잡고 있어야겠어. 여긴 넓으니까, 길을 잃어버리면 분명 위험할 걸? 아까처럼 말이야.
유중혁:....하아.(대체 뭔 소리인 지 싶지만 확실히 적이 아니라고 했지만 낌새는 이상한 듯 혀를 약하게 차며 먼저 손을 내밀어 네 손을 꽉 잡았다. 꽤나 큼지막한 자신의 손으로 네 손을 잡으니 어색하기 짝이 없어 시선을 다른데로 돌린다.) ...그래서 어딜 갈거지?
유중혁:
지능
기준치: |
60/30/12 |
굴림: |
67 |
판정결과: |
실패 |
(환장)
반짝, 혼란스러운 머릿 속에서 무언가 반짝이는 것을 보았던 기억을 떠올립니다. 그것은 눈이 부실 정도로 밝은 빛이었습니다. 아무래도 그게 축제의 불빛이었나봐요.
당신이 무언가 더 의문을 가질 새도 없이 그는 발을 옮깁니다. 배가 고프니 뭐라도 먹자고 하던가요. 요괴 같은 것들이 돌아다니는데도 태평한 모습을 보아하니 정말 사람들이 무언가 분장이라도 한 모양입니다. 너무 실감난다는 사실이 조금은 미심쩍지만요. 그렇게 당신은 마치 별세계에 온 것만 같은 기분을 안고 축제의 중심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유중혁:.....(머리속이 아프기 시작했다. 그 기억속에서 빛은 무슨 존재인지 알 터가 없다. 몇번의 회귀 때문에 망가져 버린 정신에서 빛이라...안 어울리는 군. 생각할 틈도 없이 발을 옮기자 따라가고 주위를 살펴 본다)
주위를 둘러보면 행진을 제외하고도 수많은 노상점들이 눈에 띕니다. 먹거리는 물론이며 온갖 놀이나, 기념품 가게 또한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끕니다. 우리는 축제 한 가운데에 있었던 모양입니다. 때로는 고소하고, 때로는 달콤한 냄새가 당신의 코끝을 자극합니다.
유중혁:
건강
기준치: |
45/22/9 |
굴림: |
2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김독자:그러니까 뭐 좀 먹자니까. (웃으며 네 얼굴을 느릿하게 훑었다. 배가 고플텐데, 지금까지 먹은 것도 없을테고.) 아, 뭐 먹지~. 고민 된다. 난 맛있는 거 먹을 거야.
유중혁:배고프긴 하군. (당신과 눈을 마주치더니 조금 고민을 하는 듯 싶고 말을 잇는다) ...네놈이 먹고 싶은 걸로 먹어라, 아니면 무림만두.
김독자:여기에 무림만두를 팔까? 뭐, 그거도 나름 프랜차이즈라면 프랜차이즈니까. 팔 수도 있겠다. 한 번 찾아보자. (손을 줄줄, 끌고는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어디부터 가지?)
기본적으로 방문 가능한 장소는 음식 상점
, 간식 상점
, 미니 바
, 기념품 상점
, 점집
, 신사
등이 있습니다.
유중혁:...김독자. 네놈 배고픈가? (먼저 물어 보고 음식상점을 바라본다)
김독자:어? 왜, 나 연기한 거 들켰어? (웃으면서 네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리면, 음식 상점이 있었다.) 너 배고플 것 같아서 한 말이긴 한데, 나도 있으면 먹지.
유중혁:(자신은 안 먹겠지만 얼굴을 지긋이 보더니 먼저 앞장서 손을 끌더니 음식 상정으로 향한다. 뭐가 있는 지 살펴 보기 시작한다.)
타코야키, 핫도그, 군밤, 잔치국수 등등 온갖 맛있는 음식들이 널려 있습니다. 여우귀를 단(코스프레일까요?) 점원이 웃으며 여러분을 반깁니다. 점원의 꼬리가 살랑거리네요.
유중혁:...(지긋이 보다가 타코야키를 가리킨다) 얼마지?
김독자:음, 나는 타코야키…… 어라? (내가 먹고 싶은 걸 어떻게 알았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너를 바라봤다.)
유중혁:
운
기준치: |
70/35/14 |
굴림: |
80 |
판정결과: |
실패 |
(먹지 말란 건가)
어쩐지 애매하게 돈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결국 김독자가 웃으면서 타코야키를 두 개 결제하네요.
김독자:야, 괜찮아. 나는 돈 많다? 너 오늘 왜 돈을 안 가지고 온 거야. (농담조로 투덜대며 타코야키 두 개를 들고는 입에 냠.) 근데 이거 내가 먹으면 동족상잔? 그런 건가?
유중혁:...미아에게 용돈 주느라 놓고 온거 뿐이다 김독자.(눈을 찌푸리며 한숨을 쉬더니 두개를 먹는 거 보고 어린애 보듯 본다)
김독자:그건 그렇겠지. (입에 한 가득 타코야키를 집어 넣으면 웅얼대는 소리가 들릴 뿐이었다.) 야, 근데 이거 맛있다!
유중혁:천천히 먹어라, 김돼지.(맛있게 먹는 걸 보고 입고리만 올리고 시선을 다른데로 돌린다)
김독자:기, 김돼지?! 그게 누구야. 너는 내 이름을 그렇게 쉽게 바꾸냐. (억울하다는 듯이 너를 조금 째려보다 한숨을 폭, 쉬었다.) 그래, 마음대로 불러라, 불러.
유중혁:(입가를 천천히 닦아주면서 자신은 먹지 않고 바라보기만 하다 걸음을 옮긴다)
김독자:(음. 이번에는 어딜 갈까? 타코야키를 입에 넣고 우물거리다가, 기념품 상점으로 네 손을 이끌었다.)
유중혁:(기념품 가게로 이끄는 걸 보고 주변을 살핀다)
온갖 기념품들이 모여있는 상점입니다. 귀여운 인형들도 보이고, 축제에 어울리는 가면이나 작은 불꽃놀이를 즐길 수 있는 스파클러도 보여요. 이곳에서 자유롭게 기념품을 사는 게 가능합니다.
기념품 가게 한 구석에는 옛날 문방구에서나 볼 수 있었던 뽑기판이 있습니다. 원하는 종이를 한 장 골라 뽑으면 상품을 하나 준다고 하네요. 꽝없는 뽑기라는 것은 참으로 유혹적인 것입니다.
유중혁:....(뽑기르 지긋이 보다가 다가가서 바라본다) 이걸 하지.
김독자:오, 나도 그거 보고 있었어. 완전 오랜만이다. 너 먼저 뽑아볼래? (기웃기웃.)
유중혁:(끄덕이면서 뽑기를 어떻게 하는지 알아본다)
유중혁:
운
기준치: |
70/35/14 |
굴림: |
3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여우 인형이 걸렸습니다! 멋진 상품이에요. 기념품 상점의 주인은 종이를 받더니 가판대 안 쪽에서 귀여운 곰인형을 꺼내 당신에게 건넵니다. 아기자기한 실크 리본이 목에 걸려 있네요. 이거, 묘하게 누군가를 닮은 것 같기도 하고……?
김독자:나도 해볼래! (네가 인형을 받는 걸 보고는 심혈을 기울여 뽑기를 뽑아본다!)
운
기준치: |
65/32/13 |
굴림: |
78 |
판정결과: |
실패 |
어…….
유중혁:(곰인형을 받고서 미묘한 표정을 짓다 독자를 보고 비웃어) ...그것도 못하나 김독자.
김독자는 오징어 슬라임이 걸렸네요. 정말 동네 문방구에서 팔만한 아이들 용 슬라임이에요. 물론 김독자가 이걸 가지고 놀진 않겠지만요.
(조금 억울한 얼굴.)
야, 내가 못하고 싶어서 못하는 줄 알아?! 이것도 운이라고. 너는 운이 좋은 거고, 나는……. 망한 거지.
유중혁:...김독자, 그거 내놔라.(손을 뻗어)
김독자:뭐, 뭐야? 내 오징어! (빼앗긴 오징어…….)
유중혁:(리본 곰돌이를 던져서 안겨주고 오징어는 자기가 끼고 있다)
이번엔 어디 가지?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검은 색 천막이 세워져 있는 이곳은 점집입니다, 타로 같은 것을 봐주는 걸까요? 아니면 관상? 점을 맹신하는 건 좋지 않지만, 그래도 재미로 한 번 봐보는 것 정도는 나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다르게, 점집 안에 있는 무당은 당신과 김독자를 보자마자 대뜸 소리를 칩니다.
유중혁:...(순간 표정이 일그러지고 가지고 있던 검을 스르릉 꺼낸다)
김독자:야, 진정, 진정해! 사람 죽이면 안 된다, 중혁아! 행복한 생각, 행복한 생각! (네 팔을 잡아서 질질 끌고는 점집에서 나왔다.)
야, 분명 엉터리 점집일 거야. 이런 데 점집이 다 그렇지 뭐. 그렇게 화낼 일이냐?! (급하게 네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진짜 괜찮아. 진짜로.
유중혁:(쓰다듬는 손길을 살짝 치고 조금은 진정 되었는 듯 표정이 나아지지만 의문점이 가시지 않는 듯 널 바라보며 묻는다) ...네놈, 대체 뭐하는 놈이냐.
김독자:나……? 아니, 내가 뭐하는 놈이냐니! 나는 김독자잖아. 그럼 내가 누구야. (어이가 없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 해보이며 너를 마주봤다.) 뭐가 마음에 안 드는 건데, 유중혁.
유중혁:(오지어 인형을 꽈악 안고서) ...방금 무당놈도 그렇고 지금 이 상황도 그렇고 납득이 안된다. 새로운 시나리오는 아닐테고.
김독자:무슨 소리야. 납득이 안 된다니. 나랑 축제 보러 오기로 한 거잖아? 갑자기 그러지 마. 그냥 편안하게, 응? 행복한 생각하자, 행복한 생각. 중혁아……. 별 거 아니야. 진짜 그냥 놀러 온 거라니까? (얘기하며 가만히 너를 바라봤다.) 의심가는 게 있다면 날 뒤져봐도 좋아. 나는 그냥 그대로의 김독자야.
유중혁:....알았다.(당신이 달래주는 듯 말을 하고 나서야 긴장을 천천히 풀면서 손을 뻗어 머리를 꾸욱 누르며 헝클였다. 다시한번 더, 이녀석을 믿어보자.)
...이번엔 신사로 가보지.
김독자:그래. 신사 좋지. 너도 좀 진정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정리했다.) 짜식, 항상 그런다니까. 좀, 놀 때는 편하게 놀아라, 응?
유중혁:네놈의 업보다.(딱잘라 말하고 손을 끌어 신사로 향한다.)
김독자:업보라니? 억울해! (네게 끌려가며 중얼댔다.)
비교적 사람이 적은, 자그마한 신사입니다. 축제 현장과는 다르게 등불이 드문드문 달려있어 조금 어둡습니다. 낮게 깔린 안개 덕인지 신사는 유난히 더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신사의 양쪽으로는 여우상이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보아하니 이곳은 여우신을 모시는 신사인 듯합니다. 신사 입구에는 붉은 실이 걸려 있어 들어갈 수는 없지만, 대신 근처에 놓인 새전함이 눈에 띕니다. 기도를 하고 소원이라도 빌어볼까요?
유중혁:(신사는 꽤 마음에 들었을까 이리저리 두리번 거리기 바쁘며 새전함을 살펴본다)
새전을 넣기 전, 그 위의 종을 흔들어 울리면 카랑카랑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옆에서 이미 새전을 바친 김독자가 손을 모아 무언가를 기도합니다. 제법 진지한 표정인 것을 보아하니 무언가 중요한 소원이라도 빌고 있는 걸까요? 그의 기도가 끝나면 이제 당신의 차례입니다. 새전을 넣고 소원을 빌어봅시다.
유중혁:....이걸 꼭 해야 하는 건가?(본래 이런 거 믿지 않았기에 한숨을 쉬며 독자를 힐끗 본다)
김독자:야, 원래 이런 데 오면 이런 거 하는 척이라도 하는 거야. (얘기하며 네 어깨를 툭, 쳤다.) 아무거나 빌어, 아무거나. 대신 소원을 입에 담으면 효력이 사라지니까 어디다 얘기하면 안 되는 거 알지?
유중혁:(귀찮은 표정이지만 당신의 권한의 어쩔 수 없이 새전을 넣고 무릎을 꿇어 기도하는 포즈를 취하며 소원을 생각한다. ...이미 이루어 졌지만 한번 더 말하는 것도 좋겠지. 그놈에게 맞는 해피엔딩을 선사 해 달라고.)
그렇게 기도를 하자면, 기도를 하는 도중에도 김독자의 손은 단단히 당신을 붙잡은 채입니다. 당신이 어린애도 아니고 이제 슬슬 놓아줘도 될 것 같은데요.
당신이 놓아달라고 얘기해도 고개를 저으며 당신의 손을 더욱 그러쥘 뿐입니다. 이러고 있는 편이 안심이 된다고 하네요. 당신이 그렇게나 못 미더운 걸까요?
신사를 벗어나 행진을 따라 앞으로 향할 수록 축제는 사람들로 더욱 북적대기 시작합니다. 당신과 김독자는 이제 아예 인파에 휩쓸려 여기저기 떠밀리는 수준입니다. 온갖 목소리가 뒤섞여 김독자의 목소리마저 잘 들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이었죠.
덩치가 큰, 가면을 쓴 무리가 당신과 김독자의 반대 방향에서 걸어옵니다. 그 무리가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지 않고 무작정 발걸음을 옮기는 통에 여기저기서 작은 아우성이나 욕지거리가 들려옵니다.
유중혁:
민첩
기준치: |
45/22/9 |
굴림: |
79 |
판정결과: |
실패 |
김독자가 무리에 휩쓸려 넘어지며 그만 당신의 손을 놓치게 됩니다. 그러는 사이 밀려들어오는 인파가 당신과 김독자의 사이를 가로막습니다. 이러다가는 그와 엇갈리게 될 것 같습니다.
축제 여기저기에 깔린 안개 때문인 걸까요. 김독자와 멀어질수록 어쩐지 김독자가 흐릿하게만 보입니다. 당신이 김독자에게 가까이 다가가려고 하면, 방금 전 짙은 안개 속에서 느꼈던 것처럼 가까이 다가가도 가까워지는 듯한 감각이 전혀 들지 않습니다. 당신에게 김독자가 무어라 외치고 있지만, 입모양만 겨우 보일 뿐입니다. 소리는 닿지 않습니다. 그는 그저 멀어질 뿐입니다. 축제를 즐기며 무뎌졌던 작은 불안감과 두려움이 조금씩 피어오릅니다.
유중혁:
지능
기준치: |
60/30/12 |
굴림: |
5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언젠가 느껴본 적 있는, 지독한 상실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이러한 두려움은 도대체 어디서 비롯된 것이란 말인가요.
유중혁:
SAN Roll
기준치: |
44/22/8 |
굴림: |
9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이제는 김독자의 형상조차도 잘 보이지 않습니다. 끝내 당신은 축제의 중심에 홀로 남게 됩니다. 멍하니 있자면 밀려오는 인파에 의해 흔들, 흔들, 발걸음이 안개처럼 불안해집니다. 방금 전의 소란스러움은 전부 거짓이었던 것처럼 조금씩 안개 속에 묻히게 됩니다. 무엇 하나 제대로 보이지 않은 안개 속에서는 앞도, 뒤도, 돌아갈 길조차도 없습니다. 어쩌면 당신조차 없을 지도 몰라요.
시야가 하얗게 흐려지니 방금까지 거닐었던 길마저도 전부 낯섭니다. 뱀처럼 스멀스멀 기어올라오는 안개는 어쩐지 불쾌하게 느껴집니다. 지금 당장 김독자를 찾지 않으면 큰일이 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를 다시 찾을만한 방법이 있을까요? 당장 주변에 보이는 것은 지나가는 행인
, 행진하는 사람들
, 신사
입니다.
유중혁:....(기분 나쁜 감각에 입술을 깨물더니 발걸음을 서둘러 지나가는 행인을 살펴 본다)
김독자와는 방금 전에 떨어졌으니, 이곳을 지나다니는 행인들이라면 그가 어디에 있는지 알지도 모릅니다. 지나가는 행인들을 붙잡고 물어보려는 찰나, 마침 눈앞에 가면을 쓴 행인 한 명이 눈에 띕니다. 행인은 가면으로 얼굴 전체를 가렸으며, 이상하리만치 마르고, 키가 큽니다. 어쩐지 사람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쳐 지나갑니다.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공포감에 털이 쭈볏 서는 듯한 감각을 느끼고 있자면……
유중혁:
운
기준치: |
70/35/14 |
굴림: |
76 |
판정결과: |
실패 |
(회귀할까)
느슨해보이던 행인의 가면이 벗겨지고, 곧 그 얼굴이 드러납니다. 그것을 얼굴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얼굴'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눈도, 코도, 그 어떤 것도 없이 커다란 구멍만이 하나 존재할 뿐입니다. 자세히 볼 것도 없이 당신은 그것의 정체를 눈치챕니다. 그것은 구멍이 아닌 입이었습니다. 그것의 입 속에서는 이빨이 돋아났다가, 다시 들어가기도 하더니…… 곧 안쪽에서 촉수와도 같은 것이 나와 무언가를 찾듯 탐사자의 얼굴 근처까지 다가왔다가, 곧 물러납니다.
유중혁:
SAN Roll
기준치: |
44/22/8 |
굴림: |
18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대체 저것은 뭐였죠? 당신은 공포감에 반사적으로 주변을 둘러보게 됩니다. 물론 군중 속에는 평범한 사람들도 몇몇 보입니다. 허나 그 무리에 뒤섞여 있는 몇몇 존재들은 분명 요괴, 혹은 괴물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들이었습니다. 여태껏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던 건지, 외면하고 있었던 건지 모를 공포가 몸 속에 스며듭니다.
유중혁:
SAN Roll
기준치: |
44/22/8 |
굴림: |
8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당신은 사람들의 틈바구니에서 유난히 흐릿한 형상을 하고 있는 무언가
를 발견하게 됩니다. 눈에 띄게 흐릿한 그것은 맨발을 한 채 행인들 사이를 뛰쳐나와 자꾸만 무언가를 찾듯 두리번 거립니다. 그것과 거리가 가까워질 수록 당신은 그것의 얼굴을 자세히 확인할 수 있게됩니다.
유중혁:
듣기
기준치: |
80/40/16 |
굴림: |
96 |
판정결과: |
실패 |
당신
은 오열과 같은 목소리로 누군가를 부릅니다. 목이 쉬어 목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습니다. 당신
은 그저, 누군가를 찾고있을 뿐입니다.
유중혁:(적인가 싶어, 바로 자신을 검을 들어 베려고 시도한다)
당신
은 괴로운 얼굴로 당신과 가까워지더니, 곧 당신에게 녹아들듯이 사라집니다. 어쩐지 애달픈 감정이 밀려옵니다. 나는 어째서 그토록 괴로운 얼굴을 하고 있는 건가요? 최근에 그런 얼굴을 할만한 일이 있던가요? 떠으르는 것은 없습니다. 행인들이 지나다니는 복잡한 시야, 복잡한 감정만이 당신의 마음을 헤집어 놓습니다.
유중혁:...빌어먹을, 대체 뭐지.(몇번의 회귀에 이해 이런 감정은 다 사라져 버린 줄 알았지만 괴로움에 주저앉아 버리고 이만 으득 간다)
유중혁:후...(정신을 차리고 다시 일어나 이번엔 행진하는 사람들을 살펴본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긴 행진입니다. 행진하는 모습을 자세히 바라보고 있자면 그 사이에는 요괴도, 인간도 섞여있음을 알게 됩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등불을 손에 든 채, 똑같은 곡조를 입에 담으며 흥겹게 발걸음을 옮깁니다. 그 목소리는 즐겁지만, 어쩐지 구슬퍼 보이기도 합니다.
유중혁:
듣기
기준치: |
80/40/16 |
굴림: |
5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인생일생 춘몽이드냐, 이제가면 언제나 오나⋯⋯
저들은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어디로 향하고 있는 걸까요? 구슬픈 곡조를 입에 담으며 그리도 흥겹게 발걸음을 옮길 수 있는 이유는 어째서일까요. 그러한 잡념을 끝으로, 당신은 또다시 '무언가'를 발견합니다. 사람들은 모두 앞을 향하고 있으나 '무언가'는 그저 바닥에 주저앉아 허공을 바라볼 뿐입니다. 그래요, 유중혁, 당신 말입니다.
유중혁:
관찰력
기준치: |
75/37/15 |
굴림: |
96 |
판정결과: |
실패 |
당신
의 손에 무언가 들려 있음을 알게 됩니다. 그러나 그 형상이 너무나도 흐릿한 나머지 정확히 무엇인지는 보이지 않습니다.
당신
은 이내 소중한 것을 끌어안듯 그것을 품에 안습니다. 당신
은 아무말도 하지 않지만, 자기 자신이니만큼 그가 느끼는 감정을 뼈저리게 공감할 수 있습니다. 당신
은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돌아오지 않을 어떤 날을, 돌아오지 않을 누군가를.
유중혁:(눈살을 찌푸리며 아무말 없이 보고 미묘한 표정을 짓는다)
당신
은 녹아내려 다시금 당신에게로 흘러 들어옵니다. 어쩐지 가슴이 저릿해지는 것만 같습니다. 그저, 김독자의 얼굴이 보고 싶습니다.
유중혁:짜증나는 군....(중얼 거리면서 뒤를 돌아 다시 신사로 돌아간다)
신사에도 김독자는 없습니다. 방금까지만 해도 낮게 깔려 있었던 안개가 더욱 짙어져 등불의 빛을 흐리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주변이 음산합니다. 조금이나마 있던 사람들마저도 전부 떠나, 이곳에는 당신 혼자 뿐입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완전히 당신 혼자는 아닐 지도 몰라요. 저곳에 무언가
가 당신과 함께합니다. 슬프고도 그리운, 유중혁 당신. 무언가는 조용히 당신을 바라보더니, 이제는 말할 것도 없이 고요하게 당신에게 스며듭니다. 어쩐지 신가 안쪽으로 향해야 할 것 같다는 기분이 듭니다.
유중혁:...(역시 이 느낌은 기분이 나빠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 지는 동시에 자신의 본능에 따라, 김독자라는 기척을 따라 의지해 가며 신가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신사 안 쪽으로 향하기 전, 문득 새전함으로 시선이 기웁니다. 김독자는 이곳에서 무슨 소원을 빌었던 걸까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면 끼익, 소리와 함께 신사의 문이 열립니다. 어두운 내부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마치 당신에게 들어오라고 속삭이는 것만 같습니다.
당신이 신사 내부로 들어가면, 발걸음을 안쪽으로 향하자 마자 신사의 문이 닫힙니다. 칠흑같은 어둠도 잠시, 갑작스레 밝아지는 주변 풍경에 저절로 미간이 찌푸려집니다. 뒤늦게 시야가 돌아오면…… 신당 비슷한 것 하나 없이, 신사의 벽면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는 명패만이 눈에 들어옵니다. 명패에는 붉은 옥이 달려 있으며, 각자 누군가의 이름이 쓰여 있습니다. 위를 올려다보면 천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벽은 높게 세워져 있습니다. 바깥에서 보기에는 이 정도로 높지 않았는데요.
유중혁:(괜히 들어왔나 라는 생각이 들지만 침착하게 주변을 본다)
관찰력
기준치: |
75/37/15 |
굴림: |
10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수많은 명패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이름이 적혀있지 않은 명패를 하나 발견합니다.
유중혁:
관찰력
기준치: |
75/37/15 |
굴림: |
18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유중혁:(명패를 부셔야 하나 라고 봤다 ㅋㅋㅋ )
교육
기준치: |
65/32/13 |
굴림: |
6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백귀야행의 참여 조건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명패를 손에 쥐고 망자의 이름을 세 번 부르면 된다. 명패에 망자의 이름이 새겨질 때, 비로소 백귀야행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유중혁:...망자, 백귀야행? (어째서 인지 처음들어 보는 이름이 아닌 듯 해 미간을 찌푸린다)
유중혁:(챙기고 다른 곳도 둘러본다.) ...김독자, 있으면 대답해라.
여전히 안개 속은 흐리지만, 당신은 몇 가지 사실을 떠올려냅니다.
당신은 이 축제에서 중요한 것들을 잊고 있었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잃은 채
로 있었습니다. 고요하게 밀려든 진실이 당신의 머릿속을 채워듭니다.
붉게 젖어들던 선혈이며, 시들어가던 얼굴, 그럼에도 마지막까지 당신을 바라보며 굳게 웃던……. 차마 인정할 수 없어 장례식조차 마련하지 않았던 그 초라하고 작은 무덤을. 당신은 떠올려냅니다. 옅게, 때로는 부드럽게 웃던 얼굴이 더 이상 온기를 가지지 못할 때 당신이 느꼈던 감정이란 어떠했나요? 온기 하나만큼의 자리가 송두리째 뽑혀나간 일상의 공허함이 그제야 가슴 속을 채웁니다. 아, 그래요. 그랬었죠.
익숙한 목소리가 당신을 부릅니다. 부드럽게 손을 감싸는 감각이 들자 또 다시 안개는 물러납니다. 처음 이 축제에 왔을 때에도그러했죠, 분명.
마침내 드러난 하늘은 어두웠으나, 그 순간도 잠시였습니다. 펑, 하고 하늘에서 불꽃이 피어오릅니다. 붉고, 노랗고, 때로는 희게 밝아지는 하늘 아래에서 당신과 김독자는 서로를 마주봅니다. 그가 유난히 흐려보였던 건, ……그래서 어딘가로 사라질까 두려웠던 건, 안개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그야, 그렇잖아요. 당신은 김독자의 손에 들려있는 명패 하나를 봅니다.
김독자는, 당신이 있는 세계를 사랑했던 그는, 그마저도 세상의 모든 당신을 사랑했던, 김독자는…….
유중혁:...그 명패는 뭐냐? 그보다 어디 있었지?
김독자:어디 있긴. 널 놓쳤는데 돌아봐도 네가 보이지 않아서. 널 찾고 있었잖아. (느리게 네 얼굴을 바라보며 문득 웃었다.)
유중혁:....(한숨을 쉬더니 계속 손에 있던 명패를 바라보다 기억 속에서 뭔가가 맞아 떨어지는 기분에 점점 숨이 가파오른다.)
SAN Roll
기준치: |
44/22/8 |
굴림: |
22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김독자:너도 이미 눈치를 챘나보네. 그런 얼굴인 걸 보면. 이걸 내 입으로 말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좀 잔인해도 봐줘, 있잖아……. 중혁아. (얘기하며 천천히 숨을 제대로 쉴 수 있도록 네 등을 쓸어줬다. 가만히, 아주 천천히.) 나는 죽었어. 하지만 이승에 미련이 남아서 이곳을 떠돌고 있었고. 안 그런 척 했지만…… 야, 내가 널 두고 어떻게 여길 쉽게 떠나.
유중혁:....개 소리, 하지마라...(결국 막혀있던 미로가 풀리는 듯이 머리가 동시에 지끈 거리며 계속 숨을 몰아쉬며 머리를 감싼다. 아마도 자신도 모르게 현실 도피를 한 것일까...더이상 말하면 죽이겠다는 듯한 눈동자로 당신을 바라보며 멱살을 꽉 움켜쥔다.)
김독자:(멱을 쥐는 손을 바라보다, 그걸 떼어내지도 않고는 네 눈을 가만히 바라봤다.) 진짜야. 그런데, 네가…… 여기, 백귀야행에 떨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로 나도 널 따라 여기 온 거고.
유중혁:...대체 무슨 소리를...네놈은, 지금 이렇게 내 앞에 있잖아...!(결국 소리를 질러 버리며 바라봐)
김독자:중혁아. 진정해. 진실을 말해줘도 이러면 어떡하냐, 진짜…… 응? 내가 너 걱정돼서 편하게 떠날 수 있겠어? (웃으며 네 얼굴에 손을 뻗어 쓰담았다.) 화내지 마. 아까부터 네가 알고 싶어했던 거긴 한데, 음. 여기는 백귀야행이야. 요괴와 망자들을 위한 축제지. 죽음을 받아들이고, 이승에서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즐기는 축제. 대충 그런 거야. 나도 백귀야행의 참가자고.
유중혁:....(믿기가 힘들었다 이렇게 가까이 있는데 죽었다니, 그러면 지금 내 앞에 있는 건 뭘까. 온기도 느껴지는 것, 이건 뭐냐는 거다. 어이없는 표정으로 그저 바라볼 뿐 이었다.)
김독자:너, 나한테만 집중하지 말고 네 생각도 좀 해. (톡, 쏘아붙이며 이어갈 말을 찾았다.) 네가 왜 여기에 있는 것 같아? 바보야.
유중혁:....그런 걸 왜 신경써야 하지? (무덤덤하게 말을 한후 다시 손목을 꽈악 잡는다.)
김독자:당연히 신경 써야지. 내가 너 걱정해서 여기까지 왔다니까? 중혁아, 너도 큰 사고를 당해서 여기 온 거야. 아직 죽은 건 아니지만, 이곳에 떨어진 이상 그만큼 목숨이 위태로운 상태라고 볼 수 있겠네. 원래는 나도 널 금방 돌려보낼 생각이었는데, 그냥. 오랜만에 보니까 좋더라고. 그래서 순전히 내 욕심으로 못 보내고 조금 같이 있었던 거야. 미안, 더 이상 여기 있으면 위험하니까 이제 돌아가. 중혁아, 넌 네가 있을 곳으로 돌아가야지.
유중혁:.....(사고...그래, 확실히 점점 자신의 머릿속에서 기억이 재생되는 거 같았다. 분명 아픔도 사라지고 이런 의미불명한 곳에서 눈을 떳었지. 자신이 느낀 이질적인 감각은 이 떄문 이었나. 어차피 이놈 말대로 내가 죽은 사람 이라면 여기서 더 못 할게 뭐가 있겠나. 바로 단칼에 거절 하며 바라본다.) ...싫다.
김독자:안 돼, 유중혁. 너랑 나랑 같아? 너는 네가 있어야 할 곳이 있잖아. (조금은 단호한 눈빛으로 너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이 축제도 곧 끝나가. 이제 남은 시간이 없어.
당신은 스스로가 이곳에 초대받지 못한 존재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어쩌면 실제로도 그럴 지 몰라요. 그도 그럴게, 이곳은 죽은 자들을 위한 축제가 아닙니까. 이별을 위한 행진이 아닙니까……
그는 당신의 두 손을 잡고 말합니다. 이제 축제가 끝나간다고, 돌아갈 시간이 찾아왔다고요.
불꽃놀이는 끝났습니다. 하늘은 다시 어둠에 잠깁니다. 밤하늘의 별과, 반딧불이만이 이 세상 빛의 전부입니다. 들려오는 흐느낌 소리는 누구의 것인가요. 당신은 마지막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을 체감하면서도, 그 손에는 명패가 들려 있음을 깨닫습니다. 당신이 발을 들인 이 축제는 이별을 위한 것인가요, 아니면 새로운 시작을 위한 것인가요. 유중혁, 모든 것은 당신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유중혁:(역시 마음에 안 드는 듯이 바로 손을 뿌리치고 바라보았다.) 싫다고 했다, 네놈도 멋대로 욕심을 부리지 않았나. 다시 회귀를 하는 한 이 있어도 네놈이 여기 있는 한. 나도 여기 있다. 김독자.
김독자:중혁아, 너는……. (무언가를 말하려다 입을 꾹 다물더니 조금의 시간이 지나고서야 다시금 입을 열었다.) 내가 빌었던 소원이 뭐였는 줄 알아? 나는…… 네가 행복했으면 하고 바랐어. 가장 마지막으로, 믿지도 않는 신한테 말이야. 그런데 네가 이렇게 굴면 나는 어떻게 해…….
유중혁:...내가 이곳에서 나가면, 네놈은 어떻게 되는 거지? (신이란 말에 성좌들이 생각 나지만 침착하게 물어 보았다. 구원의 마왕인 그가 소원 따위를 빌 줄이야 몰랐기에. 일단 들어보기로 했다.)
김독자:나는, 널 살렸으니까…… 내 죽음을 인정하고 이승을 떠나야지. 다 죽은 김에 이게 다 뭐냐, 진짜. (농담조로 얘기하며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죽고 나면 어차피 남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내가 제일 잘 알았는데도.)
유중혁:....(뭔가 말을 하려고 했지만 어딘가가 막힌다. 숨을 내쉴수도 없기에 온기 마저 차가워 지는 걸 느끼며 눈빛이 다시 돌아오고 지긋이 보더니 다시 말을 건다) ...김독자, 하나만 묻지.
김독자:응, 여러가지 물어도 돼, 물론 시간이 너무 지체되면 안 되니까……. 몇 개만 물어봐. 한 세 개? (대충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슬퍼지지 않게 하기 위한 말투였다.)
유중혁:...네놈이 진정으로 원하는 건 뭐냐, 그리고...그 행복이란 건 뭔지 제대로 말해라 김독자.(슬퍼 할 세도 없이 바로 묻는다. 자신의 기대 이하일 수도 있고 이상 일 수도 있는 대답을 원하는 듯 바라본다)
김독자: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건, 유중혁…… 네가 살아가는 거. 내 희생으로 인해 네가 끝을 보는 거. 그리고…… 내가 없어도 행복할 수 있음을 배우는 거. (이런 얘기를 하면서는 얼굴이 무너지지 않을 수 없잖아.) 나라고, 너랑 헤어지고 싶지 않은 줄 알아? 하지만 나는…… 이미 죽었잖아, 중혁아. 그런 말도 있잖아. 살아남아라, 그대는 아름답다. 그런 거야. 나는 이미 죽었으니까, 넌 살아. 그래야 할 것 같아서 그래. 그래야 하는 게 맞고.
유중혁:(천천히 상처투성이 손이 당신의 볼을 꽉 잡고 쓰다듬었다. 여전히 온기가 있는 거 같군. 죽었다는 말이 거짓말 인 것처럼.) ...내가 있는 한 네놈은 희생 따위라는 말을 못 하게 하겠다고 말했을 텐데, 정말로 제멋대로 군, 구원의 마왕.
김독자:하, 진짜…… 너는 이럴 때 그 이름을 부르냐. (슬몃 웃으며 볼을 늘이는 네 손에 아프다고 엄살을 부렸다.) 진짜 아파, 좀 봐줘라. 응? 내가 제멋대로인 게 한 두 번도 아니고 이번에도 좀 넘어가줘.
유중혁:...(한숨을 쉬고 마치 연출이라도 하는 것 마냥 하늘을 노려 보더니 그대로 뒷머리를 잡아 당겨 품에 넣어 꽈악 안았다. 이 구원의 마왕 한테는 미안하지만. 자신도 꽤 멋대로 하는 성격이기에 지금까지 헛수고를 한 것 일 수도 있겠다.) ...이게 내 대답이다. 김독자.
김독자:진짜, 미치겠네……. (네 품에서 잠깐 바르작대더니만, 그저 웃었다. 네 선택이 이럴 거라고 생각해보지 않은 건 아니지만, 정말로 이렇게 되니 어쩌면 기쁘면서도…… 마음이 아렸다.) 너, 후회하지 마. 나랑 몇 백년 이승을 떠돌 준비는 된 거지? 진짜 둘밖에 없을 거야. 이런 축제는 자주 오는 게 아니니까, 진짜 둘 빼고는 아무것도 없을텐데. 그래도 돼?
유중혁:....바보 같은 소리를 지껄이는 군, 김독자. (자신을 내치지 않고 그저 대답을 받아들이는 모습에 끌어안은 품을 풀고서 얼굴을 마주보며 살짝 입고리를 올리는 듯 미세하게 웃는 표정으로 바라본다) ...지구의 끝, '영원' 까지 다녀온 놈이 할 소리는 아닌 거 같은데. 난...한번 결정한 건 쉽게 바꾸지 않는다.
김독자:……그래. 내가 너를 어떻게 말리겠냐. 너 먼저 이승에 남는 거 이제 질렸다고 성불하면 안 된다? (엄포를 놓듯 네게 말을 건넸다. 그렇게 한다고 해서 내가 가만히 두지는 않겠지만. 네 웃는 얼굴은 몇 번을 봐도 익숙해지질 않았다. 아주 단단하고, 느릿한 웃음.) 나는 너 안 놔줘. 그것마저 네 선택이야. 알지?
당신과 김독자의 축제는 여기에서 끝입니다. 그리고, 다시금 무언가가 시작됩니다. 김독자는 자신의 명패에 달려있던 옥을 떼어냅니다. 그러자 축제의 불빛은 완전히 안개에 가려집니다. 이제는 안개 속을 헤매이게 될 일만 남았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이제는 혼자가 아니잖아요.
남은 생이 다 했더라도 우리는 이승을 맴돕니다. 보잘 것 없는 망자의 미련이라고 한들, 분명 이것 또한 하나의 등불이 되어 주겠죠. 백귀야행은 여전히 당신과 김독자를 기다립니다. 귓가에 맴도는 곡조를 뒤로 하고, 머나먼 여행을 떠나봅시다.
KPC와 PC는 오랫동안 이승을 떠돌다, 84년 뒤 백귀야행에 다시 참여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