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툴루의 부름 7판 팬 메이드 시나리오 리플레이 로그

 

 

🖼 이 이야기는 사랑에 대한 비유입니다. ❤

 

 

첫사랑성 스톡홀름 증후군에서 이어집니다.

 

 

수호자: 쿠로야나기 미츠

2022.02.20

노노 요시히데 :탐사자

 

 

더보기

 

2022. 02. 20
 
[이 이야기는 사랑에 대한 비유입니다.]
 
------
 
깨어납니다.
 
타오르는 불길, 무너지던 집, 그리고...
 
아주 오랜 잠에서 깨어난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눈 앞에 보이는 것은 드넓어 끝이 보이지 않는 사막입니다.
 
꿈인지, 현실인지, 아니면 정말 사후세계에라도 온 것인지...
 
그렇게 조금 더 기다리면...
 
아,
 
사막 아래서부터 무언가 모래를 토해내며 형체를 갖추어 올라옵니다.
 
당신의 눈 앞에, 사원이 자리합니다.
 
그리고 그 또한,
 
웅장한 모습이 전부 드러나자 꼭 그곳에 처음부터 존재했던 것처럼
 
당신의 모습을 한 누군가가 서있습니다.
 
의심할 수 없는, 당신의 모습이, 당신의 앞으로 걸어옵니다.
 
눈을 들 필요도, 내릴 필요도 없이
 
수평으로 시선을 마주칩니다.
 
그가 말합니다.
 
???:노노 요시히데, 안녕하세요. 저는... 네, 수호자의 파편이라고 할까요.
(잠시 손을 들어 입을 가렸다가, 그와 똑같은 낯으로 웃었다.) 당신에게 내려온 예언이 있어요. 저는 당신에게 예언을 전해주기 위해... 네. 그래서, 당신을 찾아왔어요.
 
노노 요시히데:(대체 여기는 어디지? 같은 생각을 하기도 전에. 무엇보다 현실감이 없는 채로 눈을 깜빡였다. 고개가 자연스럽게 한쪽으로 기울여지고……) ……네? (당황스러운 듯이, 무엇보다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이. 아니, 아무리 시간을 건너고 그러긴 했지만 를 가 만나는 경험은 처음이었다!) 예언……? 수호자……? 파편……? (눈이 데굴데굴 굴렀다.)
 
???:아... (이해하지 못하는 게 당연하지만, 사고의 방향을 따라 굴러갈 눈동자를 바라보며 살풋 웃었다.) 이해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굳이 이해하지 않아도, 당신은 괜찮아요. ... 그러지 말고, 사원 안으로 들어가는게 어떨까요. 덥지는 않으신가요? (잡으라는 것마냥 한 손을 내밀었다. 자연스럽고도 너무나도 익숙한, 그러나, 스스로 뻗은 손을 내려다 보았다가 다시 시선을 올려 말 없이 웃어보였다.)
 
노노 요시히데:(예의 바른 태도에, 똑같은 얼굴. 어쩔 수 없이 느껴지는 거리감이나 이질감을 제외하고는 누구라도 착각할 수 있을만한. 노노 요시히데는 또 다른 노노 요시히데가 내민 손을 보고 우왕좌왕 뭘 해야 할 지를 고민하다, 느리게 손을 뻗어 그 손 위로 손을 얹었다. 이해할 필요가 없다는 말부터가 이해가 안 갔지만…… 곧 알게 된다는 의미일까.) 사원…… (이제야 정신을 차린 듯 주변을 둘러보았다.) 일단은, 네. 들어가요. (더운 지 덥지 않은 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을 빼놓았던 걸까. 남은 손으로 어깨를 쓸었다.)
 
자신과 같은 모습을 한 누군가의 손에 이끌려, 사원 안으로 들어갑니다.
 
들어선 사원은 밖에서 본 것과 같은 공간이라고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협소합니다.
 
???:조금 좁지만... 내내 햇빛 아래에 있는 것 보다는 괜찮지 않나요? (약간의 장난이 섞인 웃음을 지었다. 그의 손을 끌어 사원의 중심까지,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걸음을 옮기면서도 중간중간 뒤를 돌아보았다.) 궁금할 게 많으시겠지만... 저도 아는게 몇 없어서요. 미안해요. 그래도 제가 아는 선 내에서라면... 말해줄 수 있으니까요.
 
노노 요시히데:……아. 생각보다 안이 커서 놀랐어요. (작게 웃으며 중얼대다 안쪽을 휙휙 둘러봤다. 이게 무슨 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상한 생물들보단 거울(?)과 함께 있는 기분이라 나쁘진 않았다. 적어도 나 자신을 내가 해할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고. ……너무 안일한 생각인가?) 언제부터 이곳에 있으셨어요? 아니, 있었……? 어요? 여기는 어디고…… 어…… 요시히데는 어떻게 된 건가요?
 
???:여기는... (고개를 살며시 들어 사원의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사원, 이겠죠. 하지만 그 대답을 바라는게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고있으므로, 다시 앞을 보며 입을 열었다.) 꿈과 비슷한 것이라고 생각해주세요. 그 다음의 질문에 대해서는... 저도 잘 모르겠네요. 오래 전부터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방금 전에야 의식한 것 같기도 하고, 네. ... 당신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스스로가 더 잘 알지도 모르겠네요. 전 그저 당신에게... 노노 요시히데에게 예언을 전하기 위해... 아, 마침... 도착했네요. (사원의 중심부에서, 손을 잡아 끌며 그를 마주서도록,) 괜찮으시다면, 제 앞에 서주시겠어요?
 
노노 요시히데:예언? (예언? 그게 뭐지. 예언을 전하기 위해서 온 수호자의 파편……? 머리가 좋다는 얘기는 25년 살면서 자주 들었는데도 무슨 말인지 감이 오질 않았다. 아아, 라든가 엇, 이라든가 그런 감탄사를 줄곧 내뱉으며 네 손에 이끌려 옆에 섰다. 질문에 대답은 다 해주고 있기야 하지만 다 모호하잖아! 뭐라는 지 모르겠잖아! 칭얼대기도 뭣한 이유는 정말, 내 앞의 노노 요시히데도 뭔지 잘 모르겠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네 말에 잠깐 조금 전-그러니까, 불에 타는 냄새라든가-이 떠올랐는데…… 모른 척 눈을 감았다가는 떴다. 솔직히 말해서 떠올리고 싶지 않은 것들이었으니까. 노노 요시히데는 이미 지쳤으니까…….)
 
같은 모습을 한 두 사람이 사원의 중심에 마주보고 섭니다.
 
이윽고 사원에는 진동이 울려퍼지며 허리만큼 오는 기둥이 솟아오르고, 그 기둥 끝에는 반구의 그릇이 물을 담고 있습니다.
 
???:... 예언은 당신을 위해 준비되어 있어요. 자, (어서, 들여다보라고, 말로 재촉하지는 않았으나 그의 행동 하나하나가 어서 움직이라며 다음 무언가를 재촉하고 있었다.)
 
노노 요시히데:(저, 저 그릇에서 예언이 나오는 거야? 솔직히 갑자기 움직이는 사원에 적잖게 놀라서, 잠깐 주춤댔다. 그러다가도 하라는 대로 다가가 그릇을 내려다봤다. 기본적으로,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 그런데 어떤 예언이에요……?
 
???:... 글쎄요. 예언은, 당신을 위한 것이라...
 
그의 답을 모두 듣기도 전에,
 
아무것도 비치지 않는 물을 눈에 담은 순간,
 
당신의 의지와는 별개입니다. 순간적으로, 당혹감이 밀려옵니다.
 
그러니까 꼭... 자신의 존재가 사라진 것만 같은,
 
우주와도 같은 고독함과 먹먹함이 밀려들어옵니다.
 
저건 고작, 물일 뿐인데도
 
노노 요시히데: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1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느꼈던 것에 비해 충격은 크지 않습니다.
 
꿈이라서 그런 걸까요.
 
아니면... 조금쯤은,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잠시 당황하고 있자면, 당신 앞에 선 거울상이 다시 말을 걸어옵니다.
 
괜찮아요. 당신은, 당신이라면, 괜찮아요.
 
자, 다시 한 번
 
그릇 안을 들여다보라고,
 
노노 요시히데:(잠깐 눈을 깜빡였다. 갑작스럽게 속으로 밀려 들어온 당혹감, 그리고 감각. 어느 곳에 혼자 남겨져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상실감과, 고독감. 이미 겪었던 종류의 모든 것들. 잠깐 말을 잃고 입술을 달싹이다 결국에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로 다시금 그릇을 내려다봤다.)
 
물에는 여전히 아무것도 비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점점...
 
알 수 없는 글자들이 떠오릅니다.
 
그것은 점차 완전한 문장이 되고,
 
네. 이것은 예언입니다.
 
예언이, 당신에게 전해집니다.
 
[너는 마침내 거대한 사랑의 끝을 맞이할지어다.]
 
[너는 마침내 거대한 사랑의 시작을 맞이할지어다.]
 
[너는 마침내 그 모든 사랑을 잊을지어다.]
 
[너는 마침내 그 모든 사랑을 깨달을지어다.]
 
[너는 마침내 수억의 사랑을 지나 단 하나의 사랑으로 있을지어다.]
 
[그리하여 나의 권역 안에서 보호받아 권속에서 벗어날지어다.]
 
노노 요시히데: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4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아, 그리고 요시히데는 깨닫습니다.
 
이것이 무슨 말인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누군가가 이 꿈을 조형한 것 같습니다.
 
노노 요시히데:(예언이 떠오르는 건 보통 하나라고들 하던데. 여럿 떠오르는 예언-문장-들을 바라봤다. 이게 정말이라면, 누군가 이 꿈을 조형했다고 한들 정말 이 예언들 중 하나라도 맞는다면. 아니, 다시 말해서 이 예언들이 전부 맞다면. 그것만이 나의 바람이리라.)
 
예언이 끝나고, 물은 다시 잠잠해집니다.
 
고개를 들어올리면 그곳에는 당신이 있고,
 
그의 뒤로 태피스트리가 빛나고 있습니다.
 
한 여성이 검은 기둥과 흰 기둥 사이에 앉은 그림을 바라보던 그가, 당신을 향해 뒤돌아봅니다.
 
???:예언은, 마음에 들었을까요? 자, 이제 앞으로 나아가야해요. 손을 잡고, 길을 잃지 않도록... 네.
 
그렇게 다시, 그는 당신에게 손을 뻗습니다.
 
노노 요시히데:……이게 예언인가요? 다음도 있어요? (뻗어진 손을 아까보다는 자연스럽게 잡은 채로 옆에 따라 붙었다.) 앞은 어디인가요? 나는 나아가야 하나요? (아까보다는 조금 더, 단단해진 말투에 눈빛이었다.)
 
???:다음은... (우선은, 손을 잡은 채 걸어가 태피스트리를 바라보았다.) 이 앞으로, 나아가야죠. (라며, 앞서 시범을 보이듯 태피스트리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손을 잡고 있으니 당연히 따라 들어오겠지만,)
 
노노 요시히데:(당연히 손을 잡은 채니까 태피스트리 안으로 쏘옥. 같이 들어가게 됐다!) 아, 어……! 일단 이 안으로 들어가면……? 아니, 그러면 다음이 얼마나 있나요……? (질문이 많아진 노노 쨩.)
 
질문을 다 하기도 전에, 두 사람은 태피스트리 안으로 들어갑니다.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공간을 걸어가면서 당신의 주위로 수없이 많은 자신의 뒷모습을 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고,
 
그렇게 어떤 자신의 형체들을 스쳐지나가다보면, 어느순간 웅웅거리던 소리는 줄어들고 두 사람은 어떤 집 안에 서있습니다.
 
익숙하다면 익숙한, 커다란 저택입니다.
 
어째서인지 복도가 기이하리만치 길어 그 끝을 가늠할 수 없지만,
 
???:...... 다음이 얼마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어요. 하지만 멀지는 않을테니까... (손을 꽈악, 다시 잡는다.) 뒤를 돌아보지 말아주세요. 나아가기로 결정했다면, 뒤를 돌아봐서는 안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겠죠? 당신은, 똑똑하니까.
 
노노 요시히데:(당신은 똑똑하니까. 요시히데는 잠깐 침묵을 유지하다 느리게 웃었다. 나아가기로 결정했다면 뒤를 돌아봐서는 안 될 것. 그 누구보다 노노 요시히데가 잘 아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끌려가기보단 옆에 나란히 서서 걷기를 택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뒤를 돌아보면 안 된다고 되뇌이면서, 그 어느 날의 봄녘처럼.)
 
그와 함께 복도를 걸어, 벽에 걸린 태피스트리 중 하나를 지납니다.
 
얼핏 보기에는... 왕좌에 앉은 여황제의 그림이었죠.
 
아무튼, 태피스트리를 지나 카페트가 깔린 바닥을 걷다보면 뒤에서부터 작고 둔탁하게 울리는 발소리가 들려옵니다.
 
발소리는 당신을 지나치고, 발소리의 주인은 당신을 향해 뒤돌아봅니다.
 
어린아이는, 당신의 어린 시절과 똑같은 모습을 한 아이는, 그 때와 같은 목소리를 내며 말합니다.
 
어린 아이: 뭐해? 부모님이 식사하러 오라고 했잖아.
 
라고 말하며, 당신이 따라오길 기다리는 것인지 멈춰 서있습니다.
 
노노 요시히데:(눈을 깜빡. 아니, 잠깐만? 이건 어린 노노 요시히데……? 아니, 그러니까 나……? 손가락을 들어 나 자신을 향했다가, 아무래도 주변에는 나밖에 없으니까……. 눈치를 보다 느리게 어린 아이-노노 요시히데지만!-을 따라 걸었다…….)
 
아이를 따라 식당으로 들어가면, 넓은 식탁에 단란하게 모여 식사 준비를 하는 가족이 있습니다.
 
단란하게...? 제법... 단란합니다.
 
어린 아이: 자, 네 자리는 여기잖아?
 
빨리 앉으라는 듯, 아이는 당신을 자신의 옆자리로 안내합니다.
 
그리고, 당신이 보이지도 않는 것처럼 신경을 끄고 가족들과 대화를 나누며 식사를 시작합니다.
 
노노 요시히데:(어린 아이가 하라는 대로 일단…… 일단 옆자리에 앉았다. 그렇지만, 그렇지만 나 여기 있어도 되는 거야……?)
 
당신을 닮은 그 사람 또한... 당신과 마주보고 앉습니다.
 
식탁 위와, 당신 앞에 놓인 접시에는 석류와 사과만이 잔뜩 놓여있습니다.
 
???:... 어린 요시히데는, 꽤 귀여웠군요. 사랑스러운 아이에요. (음식에는 손 하나 대지 않은 채, 심지어 아무것도 손 댈 생각이 없다는 것처럼 테이블 아래로 손을 내리고 단란한 일가족을 바라본다.) 가족들과는, 양친과는 잘 지냈었나요?
 
노노 요시히데:(잠깐 입을 꾹 다물고 어린 나 자신을 바라봤다. 그러니까 여기에 노노 요시히데만 세 명……? 머리가 빙글빙글 돌아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잠깐 고민하다가, 괜히 조용히 입을 열었다.) 가족들과는 잘 지냈었어요. 두 분 모두 상냥했지만 조금 바빴어요. 그게 조금 불만이었던 적도 있지만 지금은 전혀 괜찮아요.
 
???:... 네. 다행이에요. 이곳은... 당신에게 맞지 않는 것 같으니까요. (이제는 의자에 등을 기댄 채 작은 아이를 구경하다 퍼뜩, 당신을 보았다.) 무언가 먹지는 않았죠? 다행이에요. 당신은 똑똑하니까... 혹시라도 발목이 잡혀 당신을 이상한 곳에 두고가고 싶지는 않아요.
 
노노 요시히데:페르세포네 같이요? (작게 웃으면서 놓여져 있는 사과와 석류를 바라봤다. 옆에 있는 작은 아이도.) 뒤를 돌아보면 안 된다는 것도, 석류도. 익숙하잖아요. 괜찮아요.
 
???:... 네. 역시, 똑똑하네요. (한 손을 들어 입술 위를 톡톡 두드렸다. 무언가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당신이 돌아갈 세계를 찾고 있어요. 당신이 있어야 할 세계를 찾고 있어요. 저는 당신을 알맞은 시간대에 데려다 줄 의무가 있지만... 아쉽게도 그 시간대를 고르는 건 제가 아니라서요. 저도 알고있는 게 많지 않고... (한숨을 푹 내쉬며 손을 내렸다가도, 나름의 밝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래도, 걱정하지 마세요. 때가 오면 알게 될테니까
 
그가 말을 마치자 문득, 애매한 소란스러움과 함께 기이함을 느낍니다.
 
근처에 있는 부모님이 신경쓰입니다.
 
노노 요시히데: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3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무언가 이상합니다.
 
저들은 분명히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입과 목소리가 따로 노는 것 같습니다.
 
마치 영상과 맞지 않는 음성을 틀어놓은 것 마냥...
 
노노 요시히데:
기준치: 75/37/15
굴림: 3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어머니: 어딘가는 응축되고 있고, 어딘가는 팽창하고 있어요.
 
아버지: 꼭 머리와 꼬리처럼요?
 
어머니: 그건 한 몸이라는 말이죠. 몸은 여럿이 될 수 있어요.
 
아버지: 한 몸은 꼭 앞면과 뒷면처럼요. 내일 다음엔 어제.
 
어머니: 28시간의 오류를 정한 건 어제였어요. 내일 다시 얘기하게 되겠군.
 
아버지: 내장 요리는 내 전문이죠. 하지만 저 사람은 다시는 없을텐데?
 
어머니: 그렇죠. 그리고 저 사람이 내장을 가져다 줄 거예요.
 
아버지: 뱃속의 집배원에게서 식칼을 사둬야겠군요.
 
어머니: 난 그 집배원과 세계를 공유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아요.
 
아버지: 그 집배원은 결혼하지 않은 나예요. 이런... 여보, 끔찍한 농담이군요!
 
그리고는, 어머니로부터 녹음된 웃음소리가 들려옵니다.
 
노노 요시히데: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3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기이한 음성 사이에서도 들려오는 내용으로부터 무언가 깨닫습니다.
 
어렴풋하지만,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요. 시간과 공간은 한 사람에게 하나씩만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고보면 그가... 알맞는 시간선을 찾는다고 했는데,
 
그를 돌아보려는 순간, 어느새 당신을 기묘할 정도로 빤히 바라보고 있는 일가족을 마주합니다.
 
시선을 마주쳐도 피하지 않고 계속 당신을 바라보기만 합니다.
 
???:... 이제 슬슬 나가야겠어요. 저들은... 당신이 끼어드는 것을 수용하지 않겠네요. (테이블을 돌아 그의 옆에 서서는 다시 손을 내밀었다.) 자, 갈까요?
 
노노 요시히데:……저, 저게 무슨 대화예요? (놀란 듯 눈이 동그래졌다. 마침 잘 된 이야기라는 것처럼 급하게 몸을 일으켜 네 손을 잡고, 바싹 다가 섰다. 아무래도 무섭잖아!)
 
그는 무서워하는 당신의 손을 잡은 채 말 없이 웃습니다.
 
괜찮다고 말하는 것만 같은, 그런 웃음을 짓고서 조용히 밖으로 나가면 다시 그 부부는 일상적인 대화를 하며 우리를 신경쓰지 않습니다.
 
저들은 다시, 자신의 시간을 되찾았습니다.
 
그를 따라 걷다보면 어느샌가 다시 복도입니다.
 
복도에는 다시... 아까와 비슷한 태피스트리가 있고, 그는 에덴 동산에 선 두 남녀와 천사의 그림 앞에 멈추어 섭니다.
 
???:... 이곳은 당신한테 맞을지... 모르겠네요. 일단 시도해보죠.
 
그는 다시, 당신을 이끌고 태피스트리를 지납니다.
 
어느순간, 각기 다른 모양의 건물들이 넓은 차도를 중앙에 두고 펼쳐진 거리가 나옵니다.
 
집 안에 있는 청소년, 도보를 걸어가는 어린아이, 벤치에 앉아있는 노인...
 
많은 사람들이 전부 제각기 자신의 자리를 채우고 있는 풍경이에요.
 
그리고 그들은 모두, 당신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귀가 찢어질 듯한 클락션 소리가 들려옵니다.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한 사람이 당신을 밀치며,
 
"비켜! 거긴 내 시간이야!"
 
하고 외칩니다.
 
곧 그 사람은 미처 속력을 줄이지 못하고 달려오는 차에 치입니다.
 
그 사람은, 당신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굳은 표정으로 운전석에서 내리는 운전자도, 당신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그들 모두가, 당신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노노 요시히데: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46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는 당신의 손을 이끌고 차도를 거침없이 건너갑니다.
 
차들이 쌩쌩 달리고 있고, 많은 이들이 지나가고 있지만
 
기묘하게도 당신만은 꼭 다른 것에 의해 보호받는 것처럼 아무런 사건에도 휘말리지 않습니다.
 
당신의 손을 잡고 있는 사람이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에게 이끌려 빌딩숲과 주택가와 빈민가와 수많은 당신의 얼굴들을 지나고 나면,
 
아담하고 온화한 암녹색의 초원이 펼쳐집니다.
 
야외결혼식이 펼쳐지고 있는 풍경입니다.
 
주례 앞에는 불투명한 베일을 늘어뜨리고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채 서있는 아담한 신부의 뒷모습이 보입니다.
 
???:... 당신의 결혼식이니까, 어서 가보세요. 자, (약하게, 어깨를 밀어 재촉한다. 어째서인지 조금은 신난 것처럼 보이는 얼굴로, 어서 가라며 새하얀 아치 앞까지 밀어넣었다.)
 
노노 요시히데:(네? 결혼이요? 여기서요?) 네? 결혼이요? 여기서요? 누구신데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어버버. 당황한 듯 눈을 여러 번 깜빡였다. 일단 한 걸음 정도 걷긴 했는데, 더 나아가지는 못하고.)
 
???:마침 배우자의 자리가 비어있으니까요. 당신이 갔을 때 저 시간선이 당신을 받아들일지... 그런 간단한 테스트라고 생각해주세요. (애매하게 웃으며 어깨를 밀던 손을 내렸다. 그다지... 상황이 마음에 들지는 않는데, 그래도 결혼식이라는 것은 나쁘지 않은 것 같아서... 네. 당신이 행복하면 되는 거니까요. 이 말은 꺼내지 않고 다른 이야기를 내세웠다.) 이 쯤이면 짐작하셨겠지만... 평행세계라는 건 알고 계시죠? 여기서 시간은 시작과 끝을 나눌 수 없는 것, 정답과 오답 또한 존재하지 않으니... 당신이 표류하며 존재하는 이상, 분명 당신의 세계도 존재하니까요. 그 세계를 찾아드릴 수 있도록, 당신이 원하고, 당신의 세계가 원하는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그렇지 않다면 그저 도망칠 수 있도록, 그것을 위해 저는 이곳에 있어요.
 
노노 요시히데:마침 배우자의 자리가 비었다니요. 결혼은 그렇게 편하게 생각해서도 안 되고, 그렇게 안일하게 느껴서도 안 되는 일이에요. (과거를 기억했다. 그 세계를 기억했다. 그런 염원으로는 모든 게 다 해결되지 않겠지만, 그럼에도 계속해서 되뇌이고 되뇌였었다. 언제나, 그때부터, 계속해서…… 미래를 그리고 과거를 그리워하고 현재를 살아야 했다. 치열하게, 괴롭게, 애타게……. 그게 내 벌이었으니까. 뒤를 돌아보진 않았지만 과거를 생각할 순 있는 거였으니까.) ……이렇게 한다고 해서 저 사람과 내가 행복하진 않을 거예요. 당신의 말대로 나는 더 알맞은 곳이 있을 테잖아요. (입을 꾹, 다물고 가만히 나와 똑같이 생긴 얼굴을 바라봤다. 얼굴은 나와 같은데, 전혀 나와 같은 생각을 하지 않는 사람. 단정하고 다정하게 이야기하지만 묘한 위압감이 있는, 거절 할 수 없는. 그런 성정에 요시히데는 종종 지곤 했다. 언제나, 어쩌면  날 이후로 더더욱.) ……옆에 서보기만 하면 되는 거죠? 그거로 테스트는 끝나는 거죠?
 
???:... 네. 맞지 않다면, 그 길로 도망치면 되니까요. (조용히, 웃어보였다. 괜찮아요, 요시히데. 어렴풋하지만, 이미 이 세상에서의 답은 알고 있었다. 그러니, 어서 가보라며 등을 밀 뿐인 누군가는 웃고 있었다. 이 세상은 제 의지로 돌아가지 않아요. 하지만 이 세상은 당신을 위해 돌아가고 있어요. 당신이 원하지 않는다면, 당연하게도... 눈을 내리감았다 뜨고는 세계를 바라보았다.) 자, 행진곡이 멈춰있잖아요?
 
그가 가볍게 손뼉을 치자, 당신을 재촉하는 듯 즐거운 행진곡이 연주를 시작합니다.
 
이곳은 당신의 결혼식
 
버진 로드에 선 신랑과,
 
그 앞의 원하지 않는 세계가 있을 뿐입니다.
 
노노 요시히데:(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틀리지 않다는 의미로. 행진곡에 맞춰 발걸음을 옮겼다. 다른 누군가와 결혼식 비슷한 걸 할 거라는 생각은 살면서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데. 가만히 옆에 서서 발걸음을 맞춰 걸었다. 입술을 비죽이다가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 같은 생각만 몇 번을 반복했다.)
 
입장을 시작하자 꼭 멈춰있던 시간이 다시 움직이듯 사람들이 반응하기 시작합니다.
 
정말로 시간선이 맞춰지고 있는 걸까요?
 
결혼식이 진행되기 시작합니다.
 
주례가 무어라무어라 말을 하는데...
 
꼭 빨리 감는 것처럼, 혹은 느리게 감는 것처럼 소리가 엉망진창으로 들려옵니다.
 
그러다 또 순간, 불현듯 정확한 목소리가 찾아옵니다.
 
주례가 당신과 눈을 마주치며 말합니다.
 
주례: 노노 요시히데, 당신은 당신 옆의 신부를 평생 존중하며, 서로를 사랑하며 아끼고 살아갈 것을 약속합니까?
 
노노 요시히데:(이거 어떻게 대답해야하지? 아까 방에서는 나 죽을 뻔 했단 말야! 그래도…… 노노 요시히데에게는 신념이 있었던 데다가…… 이미 유부남이에요, 죄송합니다!) 아, 아니요……?
 
당신이 뭐라고 대답하든, 주례는 아무 반응 없이 신부에게 같은 질문을 합니다.
 
그리고, 신부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아니요."
 
신부는 베일을 벗습니다.
 
베일을 벗으면...
 
신부의 두 얼굴이 나타납니다.
 
어떻게 얼굴이 두 개일 수가 있을까요?
 
그러나 두개입니다.
 
한 얼굴 안에 두 개의 얼굴이 존재합니다.
 
노노 요시히데: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1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당신은 신경쓰지도 않고, 신부와 주례가 이어서 대화를 나눕니다.
 
주례: 의외의 선택이군요. 난 당신이 이걸 기회라고 생각할 줄 알았는데.
 
신부: 아뇨, 저 사람은 나와 결혼하지 않을 거니 나는 나를 둘로 만든 거예요.
 
주례: 노력에 대한 보상인가요? 사실 당신의 머리는 지나치게 시끄러워요.
 
신부: 그렇다면 기회라고 생각한 건 당신이겠군요.
 
주례: 전부 소용이 없네요. 칼은 언제 도착하죠?
 
신부: 아무런 소식도 듣지 못했는데요. 살인? 공예? 도축? 요리? 어느쪽?
 
주례: 이런, 헷갈렸어요. 잊지도 못하니 어쩐담.
 
신부: 일단은 축음기를 꺼보죠.
 
주례: 좋아요.
 
그리고, 모두가 움직임을 멈춥니다.
 
어느새 하객석에 앉아있던 그가 일어나 천천히 당신에게로 걸어옵니다.
 
노노 요시히데:
듣기
기준치: 65/32/13
굴림: 6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생각해보면, 주례와 신부의 목소리가 아까 집에서 들었던 부부의 목소리와 완벽하게 같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기묘하게도... 말이죠.
 
멈춰선 세상 속에서 어느새 그는 당신의 앞에 도달해있고, 손을 끌어와 다시 맞잡습니다.
 
???:... 저들이 알아챘으니 이곳은 가망이 없겠네요. 저들이 나타났으니 이 공간은 당신이 끼어드는 걸 반대한 것 같고, 당신 또한 이곳을 평행세계라고 인식해 버렸으니, ... (여행이 길어지게 생겼음에도, 이 결과만은 마음에 들어 살풋 웃었다. 괜찮아. 좀 더 행복한, 그런 세상이 있을테니까요. 조심스레 그를 이끌며 말을 이었다.) 이곳은 안될 것 같아요. 비어있는 곳도 없고, 공간의 간섭도 심해요. 어쩌면 이곳에서는... 세계를 찾아줄 수 없을지도 모르겠네요.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우선 좀 더 깊은 곳으로 가보죠. ... 네. 시작이 있는 곳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어요.
 
그는 당신의 손을 잡은 채, 숲 속을 향해 나아갑니다.
 
두 사람은 빽빽한 숲속을 걷습니다. 당신은 이 길이 어디로 향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지금, 노노 요시히데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나요?
 
노노 요시히데:(자꾸, 고의는 아니지만…… 네 말을 흘려 듣게 됐다. 고민할 게 많아서도 그랬고, 네 반응이 너무 를 닮아서 더 그랬다. 어떻게 반응해도 노노 요시히데 답지 않게 될 것 같아서, 조각난 마음이나 조각난 정신 상태 둘 중 하나라도 추슬러야 했는데 아무것도 추스르지 못한 탓이다. 입을 꾹 다물고 있다가는 작게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계속해서 이렇게 어딘지 모를 곳을 다니는 것도 나쁘진 않은 것 같아요. 아무래도, 요시히데에게는…… 조금의 휴식이 필요했던 걸 지도 몰라요. 하지만 쉴 수는 없으니까. 조금만 더 힘내요, 요시히데!
 
???:... 네. 나쁘지 않네요. 당신의 말대로... 조금쯤 휴식이 필요했을지도 모르겠어요. 당신은... 너무 오랜 시간동안 쉬지 못했으니까요. (손을 꾹 잡으며 다시 걸었다. 점차 나무가 줄고, 빛이 드는 곳으로,)
 
그의 손에 이끌려 숲을 벗어납니다.
 
눈 앞에는 불길이 펼쳐집니다.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불길로 들어섭니다.
 
노노 요시히데 또한 불길에 들어섭니다.
 
뜨겁지 않습니다.
 
그 날과는 다르게, 말이에요.
 
이쯤에서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노노 요시히데에게 가장 알맞는 세계는 무엇일까요?
 
노노 요시히데:(익숙한 풍경이었다. 내가 어떻게 해도, 바뀌지 않았던 모든 시간들이 한데 모인. 결국은 불로 승화한 모든 것들을 이렇게 다시금 마주하게 되는 게. 아직 노노 요시히데에게는 벅찼다. 일부러 생각하지도, 기억하지도 않으려 도망쳤던 모든 기억과 모든 마지막이 부정도 할 수 없게 눈앞에 펼쳐졌다. 가만히 뜨거운 불길 사이에 자리를 잡고 섰다. 이제는 뜨겁게 느껴지지 않는, 이 모든 것. 포기를 일삼고, 결국 건물의 잔해와 함께 타오른 모든 날의 초상. 뜨거운 것도 죽어가는 것도 전부 참을 수 있었지만 가장 두려웠던 건…… 그건,)
나에게 가장 알맞는 곳이 어디인지 모르겠어요. 어디든 있었고, 어디든 없었으니까. 어떻게 해서든 살리기 위해 달려 왔던 모든 길이 다른 세계선의 그 사람을 모두 죽이는 길이었다는 게 아직도 이해가 되질 않고 믿기지도 않아요. 지킨다고 생각했던 모든 게 사실은 망가트리고 있는 거란 사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마지막이었어요. 정말, 깜빡, 하는 사이에……. (본의 아니게 말이 길어졌다. 이대로 몸을 굽히고 동그랗게 말면 다시금 불길 속으로 귀화할 수 있을까.)
 
???:...... (일부러, 힘을 주어 손을 잡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불길은 언젠가 멎을 것이다.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알 수 있었다. 지금 자신이 해야할 것은 그를 이끌어 앞으로 나아가는 것. 이곳에 더 이상 그를 둘 수 없었고, 머물 수도 없었다.) 괜찮아요. 괜찮아요, 요시히데. 당신은 돌아갈 수 있어요. 당신이 원하는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알고 있잖아요? 앞으로 나아가야죠. 더 이상 불 속에 멈춰 서있을 수는 없잖아요.
불은 당신의 모든 것을 태워버렸지만, 괜찮아요. 모든 것이 사라졌기에... 우리는 다시 쓸 수 있어요. 타고 남은 재는 곧 물이 쓸어갈 거에요. 백지만이 남아서, 다시, 시작할 수 있을거에요. 저는... 네, 알고 있어요. 당신이 알고 있는 것처럼, 알 수 있어요. 그렇죠, 요시히데?
 
불타는 세상을 물이 휩쓸어갑니다.
 
그러나 둘 만은, 휩쓸리지 않습니다.
 
물은 부드럽게 당신을 스쳐지나가고, 마침내 시원한 공기가 뺨을 스치고 지나갑니다.
 
당신은 지금 여기에 있습니까?
 
노노 요시히데:(어쩐지, 마음이 놓이는 화법이라고 생각했다.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는 걸 느끼고, 그에 따라 몸이 따라가는 것도 느껴졌다. 내가 원하는 세상, 돌아갈 수 있다고…… 이야기해주는 상냥한 목소리. 는 에게 위안을 얻고 또 한 번, 당신에게 위안을 받는다. 불은 타오르고 그렇기 때문에 다음이 존재할 수 있다. 불은 언젠가 꺼지기 마련이고, 끝까지 타오르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곳이 있을까요? 가능하다면 그곳이면 좋겠어요. 나도, 당신도…… 전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었으면……. (그런 상상을 하면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피어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응, 다음으로 가요. 이제는 이곳을 로 남겨 놓아야 할 때예요. 돌아보지 않아도 되도록,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으니까……. (차마 그거로 됐다는 말을 할 수가 없어서 입을 다물었다. 코끝이 시렸다. 그런 계절이 아닌데도.)
 
???:(그는, 눈을 떴다. 조용히, 불이 머물렀던 세상은 어느새 평온을 되찾았다. 는 눈을 떠서 당신을 보았다는 것을, 그리고, 모든 사실을 알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을, 어떻게 전할 수 있을까.) 의 세상은 당신을 사랑하고 있어요, 요시히데. 그렇다면, 당신의 세상은, 당신을 사랑하고 있나요? 당신을, 바라보고 있나요?
 
당신은 지금 여기에 있습니까?
 
노노 요시히데:(나는, 지금, 여기에, 있나?) 존재론적인 질문이라고 생각해요. 그게 노노 요시히데는 존재하는가? 에 관한 질문이라면…… 글쎄요. 는 존재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는 여기에 있는 것처럼. 잊혀지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거니까요. (먼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내 세상은 나를 사랑하고, 나는 여기에 존재하고, 나의 세상은……) 하지만 그럼에도 내 세상에게는 살아 있고 싶어요. 나를 사랑했으면 하고, 나를……. (입안이 말랐다. 쓰다.) ……나는, 존재하고 싶은가봐요.
 
???:... 네, 요시히데. ... 이제, 당신이 가야할 길을 알려드릴게요.
 
그는 잡지 않은 손을 들어 온통 컴컴한 풍경 속에서 등대를 가리킵니다.
 
???:저 등대를 향해 가면 돼요. 이곳은... 당신의 시작이 있는 곳이에요. 다행히도 연결이 끊어지지 않아서, 이곳까지 올 수 있었어요. (손을 내려 기도하듯, 당신의 손을 잡은채 손을 모았다.) 저곳으로 들어가면 더이상 제가 도움을 줄 수 없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적어도... 이대로 표류하는 것보다는 나을거에요. 안전하게, 있을 수 있어요.
안타깝게도, 저는 같이 가지 못해요. 당연히, 저 곳은 의 시작이 있는 곳이 아니니까요. 보셨다시피, 세계는 같은 것이 하나도 없어요. ... 네. 제가 이야기할 수 있는 건, 지금 이야기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에요. 길은 멀지 않아요. 등대 앞까지는 선로가 나 있으니... 그 앞 까지는, 데려다줄게요.
 
그의 말대로 등대로 가는 길까지는 열차의 선로가 나있습니다.
 
그는 천천히, 말없이 당신을 등대의 앞까지 데려다줍니다.
 
그리고 문 앞에 멈추어, 자신은 더 이상 갈 수 없다고 말하는 듯 뒤로 물러서서는 당신을 바라봅니다.
 
???:자, 요시히데. 당신은 똑똑하니까, 길을 잃지 않을거에요.
 
노노 요시히데:지금까지, 고마웠어요. 익숙한 기분이 들어서 마음이 놓였고, 어쩌면…… 이게 내 휴식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고마워요. (짧게 인사를 전하며 고개를 숙였다. 가벼운 인사였지만 그 안에 들어 있는 진심은 가볍지를 못해서. 내가 있어야 할 곳, 내 시작의 세계, 그곳으로 발걸음을 내딛었다. 나는 이제 어디로 가게 될까. 라는 존재 외에는 전부 모호하다고.)
 
당신은 등대의 문을 마주합니다.
 
노노 요시히데, 당신 한 사람만이 들어갈 수 있는, 스스로 문을 열어야 할 문과 마주합니다.
 
문에 닿는 시선 끝에서부터 무언가 글자같은 것이 기어옵니다.
 
노노 요시히데:
언어(모국어)
기준치: 75/37/15
굴림: 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영원과 운명]
 
세상은 영원하고, 운명은 당신을 위해 흘러갑니다.
 
그렇게, 당신은 문을 열고 등대로 들어섭니다.
 
나선형 계단을 타고 올라섭니다.
 
계단 위에는 작은 방이 하나 있습니다.
 
작지만 당신에게 꼭 알맞아, 불편함 하나 없는 방에는 침대가 있고, 책상, 의자... 그리고 책장이 있습니다.
 
책등에 제목이 없는 것도 있고, 알아볼 수 없는 문자로 제목이 적힌 것도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마침내 자신의 이름이 적힌 책을 발견합니다.
 
[노노 요시히데]
 
노노 요시히데:(내 이름이 적힌 책. 대체 무슨 내용이 적혀 있을 지는 모르지만, 그것 또한 나쁘진 않아서. 미묘한 웃음을 걸친 채로 책을 잡아 펼쳐보았다.)
 
책 안에는, 단 하나의 문장만이 적혀있습니다.
 
[세계는 시작으로 이루어지며, 시작은 끝으로 조건된다.]
 
노노 요시히데:
지능
기준치: 80/40/16
굴림: 51
판정결과: 보통 성공
 
문득, 노노 요시히데는 깨닫습니다.
 
자신의 세계를 찾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어떤 세계를 끝내야 합니다.
 
... 그리고, 끝나버린 어떤 세계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더이상 생각을 이어나갈 시간은 없습니다.
 
당신이 책을 꺼내자 책장에는 틈이 생겼고,
 
그 틈으로 당신이 마주친 것은
 
형용할 수 없는 공허
 
하나로서 존재하는 모든 것,
 
모든 것으로서 존재하는 하나
 
부서진 세계와 태어나는 세계
 
노노 요시히데는 그 속에서 자신의 세계를 잃어버렸고,
 
그것은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것입니다.
 
당신이 기억하는 모든 것들은...
 
모든 것들은......
 
아, 그렇습니다.
 
저것은 신입니다.
 
저 신은 우주입니다.
 
저 신은 시간이며 공간이고 진실이자 진리...
 
그러니 당신이 기억하는 모든 것들은 지금 무엇이 되었단 말입니까?
 
노노 요시히데: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46
판정결과: 보통 성공
 
-
 
---
 
------
 
쿠로야나기 미츠:요시히데, 더이상은 안돼요.
 
당신의 눈 앞을 가로막는 것이 있습니다.
 
그는, 쿠로야나기 미츠는, 더이상 당신과 같은 모습이 아닙니다.
 
본래의 모습으로 당신의 앞에 선 그와 눈이 마주치자, 지나온 모든 길에서 어렴풋이 느꼈던 기묘한 안정감을 느낍니다.
 
노노 요시히데: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3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조금 힘들었지만 더 이상 혼란스럽지 않습니다.
 
그가, 당신과 함께 걸어온 쿠로야나기 미츠가 말합니다.
 
쿠로야나기 미츠:... 요시히데, 예언을 기억하고 있나요?
 
노노 요시히데:(이 안정감, 미묘하게 느껴지던 내 모습의 이질감. 그런 걸 전부 껴안고서.) ……기억하고 있어요. (흔들렸던 건 내 내면이니까.)
 
쿠로야나기 미츠:...... 네. 잘 했어요. (양 손을 들어 뺨을 감쌌다. 이마를 맞대고, 눈을 마주하고, 아이를 어르고 달래는 것처럼, 그보다는... 당신을 안심시키기 위해서, 당신을 위해 준비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요시히데, 지금부터 당신을 사랑하는 세계가 움직일 거에요. 그래서, 당신의 세계를 위해, 그 세계는 잠시 당신을 죽일 거에요. 하지만, 영원히 죽는 건 없어요. 알고 있잖아요? 모든 건, 다시 당신을 위해 돌아갈거에요.
 
사랑하고 있어요, 노노 요시히데.
 
그의 말을 끝으로, 시야가 점멸합니다.
 
-----
 
Del I. (GM):지금... 잠시 요시히데의 시나리오를 멈췄습니다...!
신이 시간의 틈새를 휘젓고 다니는 미츠 씨와 노노 쨩의 존재를 알아차려버렸고... 지금은 수호자의 권한으로 거대한 이야기의 의지를 이용해 모든 것을 멈췄고... 둘은 지금 멸망 앞에서 유예를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네... 요시히데는 아시다시피 세계가 삭제되는 바람에...! 지금 잠시 죽어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뭐냐... 노노 쨩을 매우 사랑하고 있기 때문에... 세계를 찾는걸 도와주고 싶었고...
미츠 씨는... 뭐... 그렇잖아요...? 저희집 아이들 중 하나라 제가 세계를 주면 끝이지만 노노 쨩은 아니잖아요...? 노노 쨩은 당신네 집 아이이기 때문에...
당신만이...! 노노 쨩에게 온전한 세계를 줄 수 있습니다...!
 
765:o O ( 수호자 멋져 수호자 고마워 수호자 최고야 )
 
Del I. (GM):이 이야기에서 당신만이 가질 수 있는 권리이고, 당신의 개연성이 이 이야기에서의 신보다, 그 누구보다 강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신이 이 이야기의 세계를 정해야 한다고... 말씀을 드립니다...! 어떻게 끝을 낼지, 어떻게 다시 시작할지... 모든 건 당신의 손에서야 이뤄질 수 있습니다.
 
765:물론 저도…… 저희 집 아이를…… 사랑? 하기 때문에? 제발 행복했으면 좋겠는 마음을 담아서…… 세계를 직조하도록 하겠습니다……
 
Del I. (GM):./응원!
 
765:새로운 시작을 둘이 맞았으면 좋겠다는 생각…… 을 합니다 다시 한 번 서로를 만나고, 다시 사랑을 시작하는 모든 시간들에 지금까지의 기억은 없겠지만! 서로의 새로운 기억들을 쌓아가면서…… 행복했으면 좋겠…… 어요……
새로운 시간들과 새로운(사실은 전생에 연인*3 정도였다고 하면 누가 믿겠냐만) 사랑 속에…… 행복해라
크툴루 조심하고
니알라토텝도 조심하고……
옆 집 마법 재액도 조심하고
이계화도 조심하고
 
765:광기 카드도 조심하고 닌자도 조심하고
하여튼 다 조심해라…… 악인도 조심해라
지나가는 사교도나 봉마인 같은 거에 홀리지 말고
물론 그런 건 전부 우리의 바람이므로…… 이 작고 귀엽고 조그만 아가들은……
본인들의 마음대로 살길 바란다.
이상.
 
Del I. (GM):좋아요
엔딩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
 
눈을 뜹니다.
 
세상에, 빗방울이 떨어져내립니다.
 
빗방울은 곧 거대한 폭풍우가 되고, 세계의 모든 것을 지워냅니다.
 
여전히 당신 앞에 서있는 그는, 당신을 바라보며 웃습니다.
 
우리는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하겠죠.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요.
 
우리는 다시 한 번, 운명처럼 만날테니까요.
 
그게 우리에게 부여된 운명이고, 세계이니까요.
 
폭풍우는 모든것을 휩쓸고, 지워냅니다.
 
당신 또한 이 거대한 흐름에 휩쓸려갑니다.
 
두려워하지 말아요, 요시히데.
 
이 모든 건 당신을 위한 것이니까요.
 
이 이야기는, 당신을 향한 사랑에 대한 것.
 
다시금 눈을 떴을 때에는 모든게 당신이 원했던 대로 움직일 것입니다.
 
-----
 
밤이 지고, 달만이 텅하게 거리를 바라보는 심야......
 
어째서인지 당신은 공원을 향해 걷고 있습니다.
 
공원의 시계를 올려다보면 23시 59분, 곧 있으면 날짜가 달라질 시간입니다.
 
벌써 이런 시간인가, 싶어서 당신은 주위를 돌아보았다가 다시 길을 걷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순간, 공원의 중심에 선 누군가와 눈을 마주칩니다.
 
흑발을 등뒤로 길게 내린, 전통 복식을 입은 남자는 어째서인지, 익숙합니다.
 
"늦은 밤인데, 산책 중이신가요?"
 
그가 말을 걸어옵니다.
 
저 목소리가 왜 이리도 익숙한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직감합니다.
 
우리는 운명처럼 만났고, 다시 운명처럼 사랑하게 될 것임을
 
[END. 모든 이야기는 사랑에 대한 비유이기에,]
 
-----
 
한 사막에 거대한 사원이 있습니다.
 
사원의 문이 열리고,
 
빛이 그릇 안의 물에 쏟아집니다.
 
Ending Script
 
안녕하세요.
 
제가 제시한 시나리오를 시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시나리오가 세계에 개연성을 가지는 것은 여기까지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끊임없이 이야기들을 시도합니다.
 
그러니 이야기가 살아있는 한 우리는 계속될 것입니다.
 
이 시나리오는 여기까지 쓰여졌습니다.
 
감사합니다.

 

더보기

 당했습니다. 언젠가 꼭 저에게 복수를 다짐하더니만 저…… 정말 복수 당했다고요. 이게 맞는 건지 모르겠다, 정말……. 취향일 거야! 라고 이야기하더니 정말 취향이어서 너무 슬펐다고 할까요. 초반에 노노 요시히데 2번의 정체를 반쯤 눈치 채서 그런지 RP가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뭐라고 할까 뒷 사람 이성치가 자꾸 왜 깎이는 지 모르겠는데…… 깎이더라고요. 꼭 이거에 이어서 또 다른 시나리오를 가고야 말 거야!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역시 조금 행복한 데이트 시나리오였으면 좋겠네……. 백업하면서 다시 봤더니 또 한 번 너덜너덜해져버린 앤오 올림…….